평균은 왜 잡음을 줄이는가 — √N 법칙
HX711 로 무게를 잴 때 한 번 읽으면 값이 흔들리지만, 10번 읽어 평균하면 눈에 띄게 안정됩니다. 실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으로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줄어들까요? 얼마나 줄어들까요? 그리고 언제까지 줄어들까요? 이 글은 "N 회 평균하면 잡음이 \sqrt{N} 배 줄어든다"는 실험의 기본 법칙을 유도하고, 그 법칙이 깨지는 지점까지 다룹니다.
1. 측정을 확률로 모델링하기
측정값이 흔들린다는 것은, i 번째 측정값 x_i 를 이렇게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 \mu: 참값 (우리가 알고 싶은 것)
- n_i: i 번째 측정에 낀 잡음 — 매번 다른, 예측 불가능한 값
잡음 n_i 는 확률변수로 다룹니다. 두 가지 성질만 가정합니다:
- 평균적으로는 0 이다: \langle n_i \rangle = 0 (한쪽으로 치우친 오차는 잡음이 아니라 계통 오차 — 마지막 절에서 다룹니다)
- 크기의 척도는 표준편차 \sigma 다: \langle n_i^2 \rangle = \sigma^2
\langle \;\rangle 는 "같은 측정을 무한히 반복했을 때의 평균"(기댓값)입니다. \sigma 가 바로 "한 번 측정의 잡음 크기"입니다.
2. 평균의 잡음 계산 — 핵심 유도
N 번 측정해 평균을 냅니다:
남은 잡음을 \bar{n} = \frac{1}{N}\sum_i n_i 라 하고, 그 크기(분산)를 계산합니다:
제곱을 전개하면 N^2 개의 항 \langle n_i n_j \rangle 이 나오는데, 여기서 결정적인 가정이 들어갑니다:
서로 다른 측정의 잡음은 독립이다 — i \neq j 이면 n_i 와 n_j 는 서로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n_i 가 양수일 때 n_j 는 양수일 수도 음수일 수도 있으므로, 곱 n_i n_j 는 평균적으로 0 입니다:
N^2 개의 항 중 살아남는 것은 i=j 인 N 개뿐입니다:
따라서 평균의 표준편차는:
10회 평균이면 \sqrt{10} \approx 3.2 배, 100회면 10배 잡음이 줄어듭니다. HX711 글에서 "N 회 평균 시 \sqrt{N} 배 감소"라고 쓴 근거가 이 계산입니다.
3. 왜 하필 √N 인가 — 두 가지 직관
직관 1: 취보(random walk). 잡음 N 개의 합 \sum n_i 는 "무작위로 앞뒤로 걷는 사람"의 위치와 같습니다. 매 걸음이 무작위로 \pm\sigma 라면, N 걸음 뒤 위치는 N\sigma 가 아니라 \sqrt{N}\sigma 정도입니다 — 앞으로 간 걸음과 뒤로 간 걸음이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합이 \sqrt{N} 으로 자라니, N 으로 나눈 평균은 \sqrt{N} 으로 줄어듭니다.
직관 2: 신호와 잡음의 자라는 속도 차이. N 번 더할 때 신호(참값 \mu)는 매번 같은 방향으로 쌓이므로 N 배로 자랍니다. 잡음은 방향이 무작위라 \sqrt{N} 배로만 자랍니다. 신호 대 잡음비(SNR)는:
"더할수록 신호가 이긴다" — 평균, 장노출 사진, 라디오 신호 적분, 로크인 앰프 등 실험물리 전반의 미소 신호 검출이 전부 이 원리 하나 위에 서 있습니다.
덤으로, 중심극한정리에 의해 N 이 커지면 \bar{n} 의 분포는 원래 잡음의 분포가 무엇이든 가우시안(정규분포)으로 수렴합니다. 평균값의 오차 막대를 \pm\sigma/\sqrt{N} 으로 쓰는 관행이 정당화되는 이유입니다.
4. 평균은 필터다 — 주파수 영역의 관점
N 회 평균은 시간 T = N/f_s (f_s: 초당 측정 횟수) 동안의 신호를 뭉개는 저역 통과 필터입니다. T 보다 빨리 흔들리는 성분은 상쇄되어 사라지고, T 보다 느린 성분은 살아남습니다. 대역폭은 \Delta f \sim 1/T 로 줄어들고, 백색 잡음의 파워는 대역폭에 비례하므로 잡음 전압은 \sqrt{\Delta f} \propto 1/\sqrt{T} \propto 1/\sqrt{N} — 2절과 같은 결론을 주파수 쪽에서 다시 얻습니다.
이 관점은 대가도 알려 줍니다: 평균을 늘릴수록 느린 변화를 볼 수 없게 됩니다. 저울로 출렁이는 물체를 재려면 평균 횟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밀도와 응답 속도는 맞바꿈 관계입니다.
5. √N 법칙이 깨지는 곳 — 독립성이라는 가정
유도의 급소는 \langle n_i n_j \rangle = 0 (i \neq j), 즉 잡음의 독립성이었습니다. 실제 실험에서 이 가정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 드리프트(drift): 온도가 천천히 오르면서 0점이 흘러가면, 연속된 측정의 잡음은 같은 방향으로 치우칩니다 — \langle n_i n_j \rangle > 0. 상쇄가 일어나지 않아 평균을 늘려도 오차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 수도 있습니다.
- 1/f 잡음: 전자소자 잡음의 상당 부분은 느린 성분일수록 큰 "1/f" 스펙트럼을 가집니다. 평균 시간을 늘려 대역을 낮추면 백색 잡음은 줄지만 1/f 잡음의 영역으로 들어가, 어느 지점부터는 개선이 멈춥니다.
그래서 실제 측정에는 "최적 평균 시간"이 존재합니다. 평균 시간에 따른 오차를 그린 곡선(앨런 분산, Allan variance)은 처음에는 1/\sqrt{N} 로 내려가다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갑니다. HX711 실험의 "더 해 보기"에서 온도 드리프트를 관찰해 보라고 한 것이 바로 이 바닥을 눈으로 보는 실험입니다.
6. 평균이 절대 못 줄이는 것 — 계통 오차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경고입니다. 1절에서 \langle n_i \rangle = 0 을 가정했습니다. 만약 저울의 보정 계수가 1 % 틀려 있다면, 이 오차는 모든 측정에 똑같이 들어 있습니다. 백만 번 평균해도 1 % 는 그대로 남습니다.
무작위 오차는 통계(평균)로, 계통 오차는 보정(기준 질량으로 눈금 만들기)으로 잡는다 — 실험의 정밀도(precision)와 정확도(accuracy)가 서로 다른 개념인 이유이자, 둘을 나눠서 공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각해 볼 것
- 2절의 유도에서 N^2 개 항 중 N 개만 살아남는 과정을 N=2 로 직접 전개해 확인해 보자: \langle (n_1+n_2)^2 \rangle = ?
- 주사위를 N 번 던진 평균은 3.5 에 얼마나 가까울까? \sigma \approx 1.71 을 써서 N=100 일 때 평균의 표준편차를 구해 보자.
- HX711 을 10 SPS 로 10회 평균하면 측정 1회에 1초가 걸린다. 0.5 Hz 로 흔들리는 추의 무게 변화를 보고 싶다면 평균 횟수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4절)
- "측정을 오래 할수록 무조건 정확해진다"는 말의 반례를 5절과 6절에서 하나씩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