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력과 변형률, 그리고 텐서
로드셀 실험에서 스트레인 게이지(strain gauge)는 "물체가 늘어난 비율"을 저항 변화로 읽어 냅니다. 그런데 "늘어난 비율"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힘을 받은 고체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응력(stress) 과 변형률(strain) 이 필요하고, 이 둘을 정확히 쓰려면 텐서(tensor) 라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과정을 훌쩍 넘는 내용이라 L9 로 표시했지만, 순서대로 따라오면 텐서가 왜 필요한지까지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게 썼습니다.
1. 변형률 — 얼마나 변형되었나
길이 L 인 막대를 당겨 \Delta L 만큼 늘어났다면, 변형률은
입니다. 늘어난 "길이"가 아니라 "비율"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같은 재료라면 1 m 막대가 1 mm 늘어난 것과 10 cm 막대가 0.1 mm 늘어난 것은 같은 상태입니다. 비율이므로 \varepsilon 은 단위가 없는 수(무차원)이고, 금속의 탄성 범위에서는 10^{-6} \sim 10^{-3} 수준으로 매우 작습니다. 스트레인 게이지가 재는 것이 바로 이 \varepsilon 입니다.
길이가 늘어나는 것만 변형이 아닙니다. 네모난 지우개를 책상에 대고 옆으로 밀면 옆면이 평행사변형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런 "미끄러지는" 변형을 전단 변형(shear strain) 이라고 하고, 기울어진 각도(라디안)로 잽니다. 잡아 늘이기(인장)와 미끄러뜨리기(전단) — 모든 변형은 이 두 종류의 조합입니다.
2. 응력 — 내부에서 버티는 힘
막대를 양쪽에서 힘 F 로 당길 때, 막대 중간을 가상의 칼로 자른다고 상상해 봅시다. 잘린 왼쪽 조각이 가만히 있으려면(F=ma), 잘린 단면을 통해 오른쪽 조각이 왼쪽 조각을 F 로 당기고 있어야 합니다. 즉 물체 내부의 모든 단면에는 힘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단면의 단위 넓이당 힘이 응력입니다:
넓이로 나누는 이유는 변형률과 같습니다 — 굵은 막대와 가는 막대에 같은 힘을 걸면 가는 쪽이 훨씬 위험한데, 재료 입장에서 의미 있는 양은 힘 자체가 아니라 단위 넓이가 감당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단면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응력을 수직 응력(normal stress), 단면에 나란하게 작용하는 응력을 전단 응력(shear stress) 이라고 합니다. 유체에서 배운 압력은 사실 "모든 방향에서 같은 크기로 누르는 수직 응력"이라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3. 훅 법칙 — 응력과 변형률의 비례
탄성 범위에서 응력과 변형률은 비례합니다:
비례상수 E 는 영률(Young's modulus) 로, 재료가 얼마나 "단단한가"를 나타냅니다 (강철 E \approx 200 GPa, 고무 E \approx 0.01 GPa). 용수철의 훅 법칙 F = kx 와 같은 내용인데, k 는 용수철의 길이·굵기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E 는 재료만의 성질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실제로 F = kx 에 \sigma = F/A, \varepsilon = x/L 을 넣으면 k = EA/L 로 연결됩니다.
한 가지 더: 막대를 당기면 길이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굵기가 가늘어집니다. 세로 변형률 대비 가로 수축 비율을 푸아송 비(Poisson's ratio) \nu 라고 하며 금속은 대략 0.3 입니다. "당겼는데 왜 옆이 줄어드는가"는 응력과 변형률이 단순한 숫자 하나로 안 되는 양이라는 첫 신호입니다.
4. 왜 텐서가 필요한가
여기까지는 \sigma, \varepsilon 을 숫자(스칼라)처럼 다뤘습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힙니다.
내부 단면의 응력을 말하려면 두 개의 방향이 필요합니다:
- 어느 단면인가 — 단면의 방향 (법선 벡터 \hat{n})
- 힘이 어느 방향인가 — 그 단면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
같은 점이라도 가상의 칼을 어떻게 넣느냐(단면 방향)에 따라 그 단면에 전달되는 힘이 다릅니다. 힘(벡터, 방향 1개)만으로도, 스칼라(방향 0개)로도 이 정보를 담을 수 없습니다. 방향 정보 두 개가 붙는 양 — 이것이 2차 텐서(rank-2 tensor) 입니다.
첨자가 2개이므로 성분은 3 \times 3 = 9 개이고, 행렬로 쓸 수 있습니다:
- 대각 성분 \sigma_{xx}, \sigma_{yy}, \sigma_{zz}: 단면에 수직인 힘 — 수직 응력 (당김이면 +, 누름이면 -)
- 비대각 성분 \sigma_{xy} 등: 단면에 나란한 힘 — 전단 응력
이렇게 정의하면 임의 방향 \hat{n} 단면의 단위 넓이당 힘(트랙션) \vec{t} 가 행렬 곱 하나로 나옵니다:
즉 \sigma_{ij} 아홉 개만 알면 그 점의 "모든 방향 단면"의 힘 상태를 다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응력 텐서의 힘입니다.
대칭성. 물체의 작은 조각이 저절로 뱅글뱅글 돌지 않으려면(돌림힘 평형) \sigma_{xy} = \sigma_{yx} 처럼 비대각 성분이 짝을 이뤄야 함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 성분은 9개가 아니라 6개입니다.
압력과의 관계. 정지한 유체는 전단 응력을 버틸 수 없으므로 비대각 성분이 0이고, 대각 성분이 모두 같아서 \sigma_{ij} = -P\,\delta_{ij} 가 됩니다. 압력이 "방향이 없는" 이유가 여기서 명확해집니다 — 방향이 없는 게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잘라도 똑같은 특별한 텐서인 것입니다.
5. 텐서란 무엇인가 — 좌표 변환으로 보는 정의
"첨자가 2개면 텐서"는 편의상의 설명이고, 진짜 정의는 좌표를 돌렸을 때 성분이 어떻게 변하는가입니다.
물리량 자체는 좌표축과 무관하게 존재합니다. 좌표축을 회전행렬 R 로 돌리면, 같은 물리량의 성분이 다음 규칙으로 바뀝니다:
- 스칼라 (0차 텐서) — 성분 1개, 안 변함: \;T' = T (예: 온도, 질량)
- 벡터 (1차 텐서) — 성분 3개, 한 번 변환: \;v'_i = \sum_j R_{ij} v_j (예: 힘, 속도)
- 2차 텐서 — 성분 9개, 두 번 변환: \;\sigma'_{ij} = \sum_{k,l} R_{ik} R_{jl}\, \sigma_{kl}, 행렬로는 \sigma' = R\,\sigma\,R^{\mathsf T}
"n차 텐서"란 좌표 회전 시 R 이 n 번 곱해지는 양입니다. 응력의 두 방향(단면 방향, 힘 방향)이 각각 한 번씩 변환되므로 R 이 두 번 붙는 것이지요. 이 변환 규칙을 만족해야 "어느 좌표계에서 계산해도 같은 물리"가 보장됩니다 — 텐서는 좌표에 무관한 물리 법칙을 쓰기 위한 언어입니다.
주축(principal axes). \sigma 는 대칭 행렬이므로 적당히 좌표축을 돌리면(R 을 잘 고르면) 항상 대각화할 수 있습니다. 그 좌표계에서는 전단 성분이 모두 사라지고 세 개의 수직 응력 \sigma_1, \sigma_2, \sigma_3 (주응력)만 남습니다. 재료가 언제 부러지는지 판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값들입니다.
6. 변형률도 텐서다
변형을 일반적으로 기술해 봅시다. 물체의 각 점 \vec{x} 가 변형 후 \vec{x} + \vec{u}(\vec{x}) 로 이동했다고 하면(변위장 \vec{u}), 변형률 텐서는
로 정의됩니다. 왜 이런 모양인지 뜯어 보면:
- \partial u_x / \partial x: x 방향으로 갈수록 x 변위가 커지는 정도 — 1절의 \Delta L / L 이 바로 이것입니다. 대각 성분은 늘어남.
- \partial u_x / \partial y + \partial u_y / \partial x: 직각이 찌그러지는 정도 — 비대각 성분은 전단.
- 괄호를 대칭으로 만든 이유: \partial u_i/\partial x_j 의 반대칭 부분은 물체가 통째로 회전하는 것에 해당해서, 재료가 실제로 "변형"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전을 버리고 순수한 변형만 남긴 것이 \varepsilon_{ij} 입니다.
응력과 마찬가지로 대칭인 2차 텐서이고, 대각합 \varepsilon_{xx}+\varepsilon_{yy}+\varepsilon_{zz} 은 부피 변화율 \Delta V / V 이 됩니다.
7. 일반화된 훅 법칙 — 4차 텐서까지
이제 훅 법칙 \sigma = E \varepsilon 을 텐서 버전으로 쓸 수 있습니다. 2차 텐서(성분 6개)와 2차 텐서(성분 6개)를 잇는 가장 일반적인 선형 관계는
입니다. C_{ijkl} 은 첨자 4개짜리 4차 텐서(탄성 텐서)로, 대칭성을 다 걷어내도 독립 성분이 최대 21개나 됩니다 — 나뭇결처럼 방향마다 단단함이 다른 재료(이방성)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다행히 금속처럼 방향성이 없는(등방성) 재료는 단 2개의 상수로 줄어들고, 그 두 상수가 바로 앞에서 만난 영률 E 와 푸아송 비 \nu 입니다. 1차원 막대에서는 이것이 \sigma = E\varepsilon 으로 돌아갑니다.
8. 다시 스트레인 게이지로
스트레인 게이지는 저항선이 붙은 방향의 변형률 성분 하나(\varepsilon_{xx})를 저항 변화로 바꿉니다:
게이지 상수 k 가 2 근처인 이유도 이 글의 언어로 설명됩니다. 저항 R = \rho L / A 에서 길이가 \varepsilon 만큼 늘고, 푸아송 수축으로 단면적이 2\nu\varepsilon 만큼 줄어드니 기하 효과만으로 \Delta R/R \approx (1 + 2\nu)\,\varepsilon \approx 1.6\,\varepsilon — 나머지는 재료의 비저항 \rho 자체가 변형에 따라 변하는 효과입니다.
로드셀은 막대의 위·아래 면에 게이지 4개를 붙여, 굽힘으로 생기는 인장(+\varepsilon)과 압축(-\varepsilon)을 휘트스톤 브리지로 차동 측정하는 장치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그 장치가 "응력 텐서를 걸고 변형률 텐서의 한 성분을 읽는 기계"로 보일 것입니다.
생각해 볼 것
- 막대를 비틀 때(토션) 내부의 응력 텐서는 어떤 성분이 주로 생길까? 수직인가 전단인가?
- 정지한 물속의 압력 \sigma_{ij} = -P\delta_{ij} 는 좌표를 아무리 돌려도 같은 꼴임을 \sigma' = R\sigma R^{\mathsf T} 로 확인해 보자.
- 종이는 찢기(전단)에는 약하지만 당기기(인장)에는 의외로 강하다. 탄성 텐서의 언어로 어떻게 표현될까?
- 관성 모멘트도 사실 2차 텐서 I_{ij} 다. 어떤 두 방향이 붙어 있는 양인지 생각해 보자. (힌트: 회전축 방향과 각운동량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