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스톤 브리지 — 저항의 작은 변화를 재는 회로

스트레인 게이지의 저항은 물체가 변형될 때 겨우 0.1 % 정도 변합니다. 120 Ω 이 120.1 Ω 이 되는 셈이지요. 멀티미터로 저항을 재면 눈금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자저울은 이 작은 변화를 어떻게 읽어 낼까요? 답은 150년 넘게 쓰이고 있는 회로, 휘트스톤 브리지(Wheatstone bridge) 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한 문장입니다: 큰 값 자체를 재지 말고, 거의 같은 두 값의 "차이"를 재라.

1. 준비운동 — 직렬 회로와 옴의 법칙

저항 하나에 대해 옴의 법칙은 V = IR 입니다. 옴의 법칙이 낯설다면 전기회로 기초를, 직렬 회로에서 전류와 저항을 구하는 방법이 처음이라면 전기 회로의 직렬 연결, 병렬 연결을 먼저 읽고 오세요. 저항과 옴의 법칙을 더 깊이 파고드는 글은 저항과 옴의 법칙입니다.

저항 R_1R_2직렬로 연결하고 전압 V 를 걸면:

  • 전류는 보존됩니다. 전하는 도중에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으므로, 한 길로만 흐르는 직렬 회로에서는 어느 지점을 지나든 같은 전류 I 가 흐릅니다.
  • 저항을 지날 때마다 전압이 강하됩니다. 옴의 법칙은 저항마다 각각 성립하므로, 전압 강하는 V_1 = I R_1, \;V_2 = I R_2 입니다.
  • 전압 강하는 더해집니다. 전지가 올려 준 전압 V 는 회로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두 저항에서 모두 떨어져야 하므로 V = V_1 + V_2 입니다.

세 가지를 합치면 V = I R_1 + I R_2 이고, 여기서 전류가 나옵니다:

I = \frac{V}{R_1 + R_2}

("직렬 전체 저항은 더하면 된다"는 공식을 쓴 게 아니라, 전류 보존전압 강하의 덧셈이라는 물리에서 저절로 나온 결과라는 점에 주의하세요. 결과식만 외우는 접근이 왜 위험한지는 직렬 연결, 병렬 연결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 전류를 다시 옴의 법칙에 넣으면 각 저항에서의 전압 강하가 나옵니다:

V_1 = I R_1 = V \times \frac{R_1}{R_1 + R_2}, \qquad V_2 = I R_2 = V \times \frac{R_2}{R_1 + R_2}

두 식을 더하면 그대로 V 가 되어, 전압 강하가 더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전압 V 가 저항의 크기 비율대로 나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회로를 전압 분배기(voltage divider) 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V = 6 V, R_1 = R_2 라면 가운데 지점의 전압은 정확히 절반인 3 V 입니다.

이 식 하나만 이해하면 휘트스톤 브리지는 다 이해한 것입니다.

2. 브리지 = 전압 분배기 두 개

휘트스톤 브리지는 전압 분배기 두 개를 나란히 붙인 것입니다.

        ┌── R1 ──●── R2 ──┐
  V ────┤        A        ├──── (−)
        └── R3 ──●── R4 ──┘
                 B
  • 왼쪽 줄: R_1R_2 의 분배기 → 가운데 점 A
  • 오른쪽 줄(그림 아래): R_3R_4 의 분배기 → 가운데 점 B

전압계는 AB 사이에 연결합니다. 두 분배기는 각각 독립적으로 전압을 나누므로, 1절의 식을 두 번 쓰면 됩니다:

V_A = V \cdot \frac{R_2}{R_1 + R_2}, \qquad V_B = V \cdot \frac{R_4}{R_3 + R_4}

전압계가 읽는 값은 두 점의 차이입니다:

\boxed{\;V_{AB} = V_A - V_B = V\left( \frac{R_2}{R_1 + R_2} - \frac{R_4}{R_3 + R_4} \right)\;}

이것이 휘트스톤 브리지의 전부입니다. 유도에 쓴 것은 옴의 법칙과 분수 계산뿐입니다.

3. 평형 — 눈금이 0 이 되는 조건

V_{AB} = 0, 즉 전압계가 0 을 가리키려면 괄호 안의 두 분수가 같아야 합니다:

\frac{R_2}{R_1 + R_2} = \frac{R_4}{R_3 + R_4}

분모를 정리하면 (양변을 뒤집어 1을 빼 보세요) 훨씬 예쁜 꼴이 됩니다:

\frac{R_1}{R_2} = \frac{R_3}{R_4}

양쪽 줄의 저항 "비율"이 같으면 브리지는 평형이고 전압계는 0 을 가리킵니다. 이때 전압 V 가 5 V 든 10 V 든 상관없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 비율만 맞으면 됩니다.

숫자로 확인해 봅시다. V = 6 V, 네 저항 모두 120\ \Omega:

V_A = 6 \times \frac{120}{240} = 3\ \text{V}, \qquad V_B = 6 \times \frac{120}{240} = 3\ \text{V}, \qquad V_{AB} = 0

4. 저항 하나가 아주 조금 변하면

이제 R_2 자리에 스트레인 게이지를 넣습니다. 물체가 변형되어 R_2120 \to 120.1\ \Omega 이 되었다고 합시다 (나머지는 그대로 120 Ω).

V_A = 6 \times \frac{120.1}{120 + 120.1} = 6 \times \frac{120.1}{240.1} = 3.00125\ \text{V}
V_{AB} = 3.00125 - 3 = 0.00125\ \text{V} = 1.25\ \text{mV}

여기서 브리지의 진짜 위력이 드러납니다:

  • 저항을 직접 재는 경우: 120 Ω 과 120.1 Ω 을 구별해야 합니다. 0.1 % 차이를 읽을 수 있는 정밀한 계기가 필요합니다.
  • 브리지로 재는 경우: 0 V 와 1.25 mV 를 구별하면 됩니다. "0 이냐 아니냐"는 아무리 작아도 구별하기 쉽습니다 — 저울의 바늘이 0 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였는지만 보면 되니까요.

큰 값 위에 얹힌 작은 변화(120 위의 0.1)를, 0 위에 얹힌 작은 변화(0 위의 1.25 mV)로 바꿔치기한 것입니다. 이것이 "차이를 재라"는 아이디어의 의미입니다.

작은 변화 \Delta R 에 대해 일반식을 쓰면 (네 저항이 모두 R 로 같을 때):

V_{AB} \approx \frac{V}{4} \cdot \frac{\Delta R}{R}

출력이 \Delta R / R비례하므로, 전압만 읽으면 저항 변화율 — 즉 변형률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5. 덤으로 얻는 것 — 온도 걱정이 사라진다

저항은 온도가 올라가도 변합니다. 저항을 직접 잰다면 "변형 때문에 변한 건지, 더워져서 변한 건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브리지에서는 네 저항이 같이 더워지면 비율 R_1/R_2, R_3/R_4 가 그대로 유지되어 평형이 깨지지 않습니다. 온도 변화는 자동으로 상쇄되고, 한쪽에만 걸린 변형만 출력에 남습니다. 로드셀이 게이지 4개를 모두 브리지로 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른 이유: 감도가 4배가 됩니다 — 늘어나는 게이지 2개와 압축되는 게이지 2개를 서로 반대 자리에 배치).

6. 실제로 쓰이는 곳

  • 전자저울·체중계 — 로드셀 속 브리지. 출력 mV 를 HX711 같은 증폭기로 키워 읽습니다.
  • 온도 센서(RTD) — 백금 저항의 미세한 온도 변화 측정
  • 옛날 실험실 — 미지의 저항 측정: R_4 를 가변저항으로 두고 눈금이 0 이 될 때까지 돌린 뒤 R_x = R_2 R_3 / R_1 (평형 조건을 뒤집은 것)

생각해 볼 것

  1. 3절의 평형 조건 유도에서 "양변을 뒤집어 1을 빼는" 계산을 직접 해 보자.
  2. V = 6 V, R_1 = 100, R_2 = 200, R_3 = 50 일 때 평형이 되는 R_4 는? 이때 V_A 는 몇 V 인가?
  3. 4절에서 R_2 가 커지는 대신 R_1 이 같은 양만큼 커지면 V_{AB} 의 부호는 어떻게 될까? 이 성질이 로드셀의 "감도 4배"와 어떻게 연결될까?
  4. 브리지 출력식에서 V 를 키우면 감도가 커진다. 그런데 왜 무한정 키우지 않을까? (힌트: 저항에서 발생하는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