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 는 어떻게 정해졌나 — 지구 자오선에서 빛의 속력까지

1 kg 은 어떻게 정해졌나에서 킬로그램이 "물 → 원기 → 자연 상수"로 세 번 모습을 바꾼 역사를 봤습니다. 그 글에서 스쳐 지나간 이야기가 있습니다 — 길이가 먼저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 사실 미터의 역사는 킬로그램보다 한 발씩 앞서 걸은 선배입니다. 게다가 1795년의 킬로그램 정의 자체가 "한 변이 10 cm 인 정육면체의 물"이었으니, 미터가 흔들리면 킬로그램도 함께 흔들리는 관계였습니다. 단위의 역사에서 길이는 언제나 출발점이었습니다.

1. 지구 자오선 (1791) — 행성을 자로 삼다

혁명기 프랑스의 도량형 개혁 원칙은 킬로그램 글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왕의 발 길이 말고, 누구나 자연에서 다시 얻을 수 있는 기준. 길이에서 후보로 올라온 자연은 두 가지였습니다.

탈락한 후보도 기록해 둘 만합니다. "주기가 정확히 2초인 진자의 길이"를 1 미터로 하자는 안이 있었습니다 (거의 1 m 에 가깝습니다). 재현하기는 훨씬 쉬웠지만, 진자의 주기는 중력가속도 g 에 의존하고 g 는 장소마다 다릅니다. 게다가 길이의 정의가 시간(초)의 정의에 얹혀 버립니다. 그래서 "어디서나 같은 것"으로 지구 그 자체가 선택되었습니다.

채택된 정의는 이렇습니다: 1 미터 = 북극에서 적도까지, 파리를 지나는 자오선 길이의 1000만분의 1. 지구 둘레가 대략 4만 km 로 딱 떨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정의의 흔적입니다. (이 탄생 이야기와, 지구 둘레에서 위도 1도의 거리를 바로 꺼내 쓰는 활용법은 1m의 탄생에서 먼저 다뤘습니다. 아주 큰 길이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주 길거나 아주 멀거나에.)

정의는 우아했지만 실현은 대장정이었습니다. 천문학자 들랑브르와 메셍이 됭케르크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자오선 일부를 삼각측량으로 재는 데 7년(1792~1798)이 걸렸습니다. 혁명의 혼란 속에서 측량탑을 세우다 간첩으로 몰려 체포되기도 한, 과학사에서 손꼽히는 고생담입니다.

2. 금고 속 원기 (1799~1960) — 지구에서 금속으로

측량이 끝나자 1799년, 그 결과를 새긴 백금 자(Mètre des Archives)가 만들어졌고, 1889년에는 킬로그램원기와 같은 백금-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국제미터원기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휘어짐을 줄이려고 단면을 X 자 모양으로 만든 막대로, 0 ℃ 에서 두 눈금 사이의 거리가 1 미터였습니다.

X자 단면의 백금-이리듐 미터원기

미터원기의 모습. 자중(自重)으로 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단면을 X 자로 설계했다. 이미지: NIST,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그런데 여기에도 킬로그램과 똑같은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나중에 더 정밀한 측지 기술로 재 보니 실제 자오선의 1000만분의 1은 원기보다 약 0.2 mm 길었습니다. 측량에 오차가 있었던 것입니다(지구가 완전한 회전타원체가 아닌 탓도 있습니다). 그럼 미터를 고쳤을까요? 아닙니다. 정의를 원기 쪽으로 옮겨 버렸습니다. 이 시점부터 미터는 "자오선의 1000만분의 1"이 아니라 "이 금속 막대의 눈금 간격"이 되었고, 지구 쪽이 "약 40,008 km 인 행성"이 되었습니다. 기준이란 그런 것입니다 — 원기가 늘어나도 원기는 정의상 1 미터입니다. 킬로그램원기에서 본 "원기가 가벼워지면 세상의 킬로그램이 무거워진다"와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3. 원자의 빛 (1960) — 인공물 탈출

금속 막대는 온도로 늘고 줄고, 세월에 변하고, 하나뿐이라 전 세계가 파리로 자를 맞추러 와야 합니다. 20세기 들어 분광학이 정밀해지자 더 좋은 자가 나타났습니다 — 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 같은 종류의 원자는 우주 어디서나 똑같은 빛을 내니, 원기 없이도 누구나 재현할 수 있습니다.

1960년, 미터는 크립톤-86 원자가 내는 주황빛 파장의 1,650,763.73 배로 재정의되었습니다. 161년 만에 인공물에서 탈출한 것입니다. 킬로그램이 2019년에야 이룬 일을 미터는 반세기 먼저 해냈습니다.

4. 빛의 속력 (1983~) — 측정값을 정의로

마지막 단계도 킬로그램의 플랑크 상수 이야기와 같은 수법입니다. 레이저 기술로 빛의 속력 측정이 파장 기준의 정밀도 한계에 부딪힐 만큼 정확해지자, 1983년 국제도량형총회는 그때까지 측정값이던 빛의 속력을 정의로 승격시켰습니다:

c = 299\,792\,458\ \mathrm{m/s}\ \text{(정확히)}

속력의 단위 m/s 안에는 미터와 초가 들어 있습니다. 초는 이미 1967년부터 세슘 원자시계로 정의되어 있으니, c 의 숫자를 못 박으면 미터가 거꾸로 결정됩니다:

1 미터 = 빛이 진공에서 1/299 792 458 초 동안 나아가는 거리

측정 대상이던 c 와 기준이던 미터가 역할을 맞바꾼 것 — 2019년 킬로그램 재정의는 이 성공을 질량에서 그대로 재연한 것입니다.

5. 정리 — 두 단위가 걸어온 같은 길

단계 미터 킬로그램
자연에서 출발 지구 자오선의 1/10⁷ (1791) 물 1 L 의 질량 (1795)
인공물 원기 백금-이리듐 미터원기 (1889) 백금-이리듐 킬로그램원기 (1889)
원기의 문제 자오선과 0.2 mm 어긋남, 온도·변형 복제본과 수십 μg 표류
자연 상수로 c 고정 (1983) h 고정 (2019)

우리가 실험실에서 쓰는 줄자와 로드셀 저울의 눈금은, 보정의 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이 두 상수 — 빛의 속력과 플랑크 상수 — 에 닿습니다.

생각해 볼 것

  1. "지구 둘레 4만 km"는 왜 이렇게 딱 떨어질까요? 이 글을 읽기 전과 후에 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봅시다.
  2. 진자 안이 탈락한 이유를 다시 봅시다. 주기 2초인 진자의 길이를 T = 2\pi\sqrt{L/g} 로 계산해 보면 실제로 1 m 에 얼마나 가까운가요? (g = 9.8\ \mathrm{m/s^2})
  3. 1983년 정의에서 미터는 초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초)의 정의가 바뀌면 길이도 바뀝니다. 이런 "의존의 사슬"의 맨 밑바닥에는 어떤 단위가 있을까요?
  4. 빛의 속력을 정의로 고정한 뒤에는 "빛의 속력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실험"이 무의미해졌을까요? 그 실험은 이제 무엇을 측정하는 실험이 되었을까요? (이 질문은 광속 불변은 가정인가, 사실인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